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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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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348회 작성일 15-12-3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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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기적의 사과 이야기
  작성자 : ms365.gif모란성심 (119.194.220.92)     연락처 :      이메일 : ms@ms365.com    날짜 : 09-11-26 19:43     조회 : 1224    

기적의 사과 이야기

삶의 한 장면 2009/11/09 22:07

고집스러운 일본의 한 농부가 무려 11년이 걸려서 만들어냈다고 하는 '기적의 사과'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과즙이 풍부하고 달아 한 번 맛을 보면 또 다시 찾게 된다는 사과. 한 식당에서 2년 전에 절반으로 잘랐는데 변색되거나 썩지 않고 어찌된 영문인지 단지 오그라들기만 했다는 일화를 갖고 있는 사과. 그야말로 기적이라 불리는 사과입니다. 농약은 물론 비료도 주지 않고 길렀다고 합니다.

이 사과를 만든 주인공은 환갑 언저리에 다다른 기무라 아키노리(木村秋則)씨. 일본말로 오타쿠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가지에 몰두하며 다른 것을 돌보지 않을 정도로 매진하는 사람을 말하는데요. 기무라씨는 전형적인 오타쿠 스타일입니다.

100여 년 전 개량된 사과가 일본에 심어진 이후 재배농가는 반짝 성황을 이룹니다. 그러다 병충해가 창궐해 대부분의 농가는 사과재배를 포기하게 되지요. 추워서 다른 농사가 어려웠던 아오모리현 만은 사과농사를 이어가게 되었고, 그 뒤로 점점 심해지는 병충해에 이겨낼 재간이 없던 차에 나타난 농약이 사과농사를 살려내게 됩니다.

기무라 아키노리씨는 그후 수십 년 이상 이어온, 사과=농약재배라는 등식이 진리이던 시절, 우연히 손에 넣게 된 책 한권을 읽고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본인의 사과밭에 무농약 실험을 해보기로 말입니다. 농약을 뿌리고 나면 몸져눕는 아내도 한 몫을 했지요. 처음엔 인간이 먹어서 해롭지 않은 먹거리 중에 농약 대체제를 찾아 적용을 해보았습니다. 간장, 소금, 기름, 고추냉이, 진흙물, 식초 등... 진흙물과 식초가 상황을 다소 개선해 주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처음엔 세균이 나무를 괴롭히더니 나중엔 벌레들이 모든 잎들을 갉아 먹어 버렸습니다.

잡아도 잡아도 점점 불어나는 벌레들로 인해 6년 동안 꽃 한번 열려보지 못한 채 사과나무들이 말라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사과나무 한 그루 한 그루 찾아다니며 미안하다고, 죽지 말라고 말하고 다니는 그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았다면 필시 미쳤다고 했을 것입니다.

죽으러 갔던 산에서

가족들을 가난에 내몰고 있는 죄책감과 무수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본 실망감에 밧줄 하나 들고 산으로 향한 기무라씨. 그는 환한 달빛 아래에서 잘 생긴 사과나무를 보고 그리로 향합니다. 가까이서 본 그것은 실제로는 도토리나무였지요. 문득 깨달음이 왔습니다. '산에서 자라는 과수나무는 농약이 없어도 병충해가 없다. 열매가 잘만 열린다.'

그래서 그 때부터는 땅 위만 보는 것이 아니라 땅 속을 보기로 했습니다. 산에서 흙을 파보면 독특한 향이 납니다. 아주 추운 겨울에도 훈훈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땅에 비해 생명이 보다 많다는 뜻이겠지요. 풀들이 자연스럽게 자라고 각종 벌레들이 그 속에 서식하면서 토질이 부드러워집니다. 화학비료로 '척박해진' 밭은 딱딱하고 차가운 반면 자연 그대로의 산은 부드럽고 포근했던 것이지요.

사과밭으로 돌아와 콩을 심고 각종 풀들을 그대로 자라게 했습니다. 뿌리혹 박테리아가 자라도록 한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자 땅 속 생태계가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메말라가던 나무들도 부드러워진 흙 속으로 힘차게 뿌리를 뻗기 시작했습니다. 기무라 씨의 사과나무는 땅 위로 크기만 보면 별반 차이가 없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뿌리는 무려 20여 미터에 달한다고 하네요. 다른 밭의 나무들은 그 길이가 겨우 수 미터에 그친다고 합니다.

자연의 교향곡

땅 속이 바뀌고 사과밭에 온통 잡초가 무성하게 되자 땅 위의 생태계도 바뀌게 되었습니다. 해충들을 잡아먹는 천적들이 들어서게 되었고 또 한 때는 벌들이 몰려들어와 무수히 많은 집을 지었다고 합니다. 벌집 마다 해충들이 가득했다고 하지요. 하지만 천적들이 늘어났다고 해서 해충들이 전멸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자연은 언제나 공존공생하는 세상이니가요. 생태균형을 스스로 찾아갑니다.

기무라씨가 강조하는 한 마디가 있습니다. 사과를 만든 것은 자신이 아니라 나무다.

병충해를 이기기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농약을 뿌리는 일이라고 다들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린아이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행생제를 매일 먹이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가 생존은 하겠지만 생명력은 나날이 감퇴할 것입니다. 나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무가 병충해에 취약한 것은 그만큼 생명력이 빈약하기 때문임을 기적의 사과는 말해줍니다. 스스로 생명력을 키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다면 병충해는 물론 강한 태풍에도 견디는 힘을 나무가 갖게 됩니다. 실제로 기무라씨의 사과밭은 태풍 피해가 가장 적기로 유명합니다. 가지와 열매의 연결가지가 가장 단단하기 때문입니다.

지혜로운 미래의 서광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등 인간 문명이 번성한 곳은 어김없이 사막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문명의 유지를 위해 나무를 모두 베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고대인들을 어리석다고 말하는 우리는 어떻습니까. 한치도 달라진 바가 없습니다. 생산성과 효율성의 이름으로 자연을 '밀어 버리고' 그 자리에 단일 작물만을 재배하는 대규모 농장을 지어대고 있습니다. 그 면적이 점점 늘어나는 만큼 우리의 생명력도 줄어든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수확이란, 흙 속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백 만 생명체가 상호작용으로 지력을 지켜내 주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농약으로 생명의 씨를 말리면서 화학비료에 의해 유지되는 생산으로 현재 인류가 먹고 살고 있지만 이는 곧 인류를 벼랑에 세울 것입니다. 면역력이 저하되고 아토피 등 각종 새 질병들이 늘어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한국에서도 기적의 사과가 나왔다는 신문 보도가 있어 반가왔습니다. 기무라씨의 강의를 듣고 바로 실천에 들어갔던 전남 장성의 전춘섭 할아버지께서 3년 만에 기적의 사과를 생산해 낸 것입니다. 역시 한국은 뭘 해도 빨리 해내네요. 이런 사례들을 계기로 이제는 유기농의 시대를 넘어서 자연농의 시대로 우리 모두의 관심이 옮겨져야 할 것 같습니다.

잊을 수 없는 한 대목이 있습니다.

기무라 아키노리 씨가 무수한 실패를 경험하면서 사과 한 그루 한 그루 찾아다니며 고생시켜 미안하다며, 제발 살아달라고 부탁했던 일화를 앞서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 그 때 옆 농가에서 볼까하여 옆 농가와 인근한 울타리 가장 가까운 나무들에게만은 부탁을 하지 못하고 지나치곤 했다는데요. 결국 꽃을 피우지 못하고 말라 죽어간 나무들은 기무라 씨와 대화를 나누지 못한 바로 그 나무들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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